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무의식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바로 치매가 그런 경우입니다. 현재의 의식작용이 가끔 멈추면서 무의식이 꿈처럼 떠올라 과거 속에 머뭅니다.
우리 아버님도 돌아가시기 전에 방에 누워서 “아야, 어서 물길 보러 가거라”하시는 겁니다. 농사를 짓고 살았으니까 그때 생각을 하는 거예요. 바로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서 옛날 기억의 영상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게 바로 치매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을 모르면 치매로 부모님과 갈등을 격을 수가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여든여섯이신데 자꾸 옛날 것을 고집하고 초등학교 동창을 찾아가려고 하고, 시어머니의 아버지 산소에 가려고 해서 힘이 듭니다.”
이분의 시어머니는 어릴 때의 기억이 무의식으로 작용하면서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서 어릴 때 친구 얘기, 어버지 얘기를 하는 겁니다. 어릴 때 기억은 오래갑니다.
그리고 옛날 기억중에서도 행복했던 기억보다 고생했던 기억, 상처 입은 기억이 더 오래 남아요.
시어머니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식이 흐려져서 그런 거니까 그냥 ‘시어머니가 연세가 드셨구나, 어린 시절이 그리우신 거구나‘ 생각하면서 시어머니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 주면 돼요. 꿈을 꾸듯 하는 이야기를 두고 잘했니, 못했니, 고치라느니, 따질 일이 아닙니다. 상대는 무의식에 빠져 하는 이야기인데 괜히 거기에 시비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치매기라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다섯 살, 일곱 살짜리가 되어 엄마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어릴 때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때는 “네,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 해야지 “죽은 친구가 뭐가 보고 싶어요?” 이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그냥 “그러세요, 네”하고는 차 타고 한 바퀴 돌다 들어온다든지 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또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는 일일이 따지지 말고 ’눈은 뜨고 있지만 꿈속에 계시구나‘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대꾸도 안 하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섭섭해합니다. 시어머니가 옛날얘기를 할 때는 해결하는 답변이 필요한게 아니에요.
“친구가 보고 싶다” 그러면 “친구 찾아 드릴까요?”하지 말고 “네, 어머니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만 내면 됩니다.
“산소에 가고 싶다”고 하면 “산소에 모셔다 드릴까요?” 하지 말고 “네, 산소에 가고 싶으세요?”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다시 또 산소에 가고 싶다고 하면 “네, 내일이나 모레, 날이 맑으면 갑시다. 오늘 날씨가 흐려요” 또는 “늦었으니까 내일이나 모래 갑시다.” 이렇게 약간 뒤로 미뤄 놓으면 시어머니는 잊어버리고 아무 얘기가 없습니다.
시어머니가 다시 또 얘기하면 “산꼭대기인데 어떻게 가요?” 이렇게 따지지말고 이야기를 받아 주면 됩니다. 실제 모시고 갈 필요도 없어요. 그렇다고 반대 하지도 말고 “네 그러세요. 아버지가 보고 싶으신가 보네요.“ 하거나 ”어릴 때 아버님이 좋으셨어요?“ 라고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길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애가 어디 갔나?“하면 아주 단순하게 ”방에 들어갔습니다.“하면 돼요.이렇게 해도 어차피 어머니는 모릅니다. 어머니는 정신이 없어서 묻는 건데 쓸데없이 관공서에 갔다, 어디에 갔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답이냐, 대답이 참이냐, 거짓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묻는 말에 응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
그런다고 어머니가 하루 종일 그것만 묻지는 않잖아요. 본인도 힘드니까 묻다가 관두겠죠. 그러니까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이해하고 치매의 특성을 이해하면 괴로워할 일이 없습니다.